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damronbooks@gmail.com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이거 먹으면 안돼.’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폭력이더라구요. 보통은 아이들이 저를 굉장히 따르거든요. 그런데 한 아이가 저쪽에서 저를 봤는데도 오지 못하는거에요. 얼굴은 너무 반가운 얼굴인데...

알고보니까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어서... 초콜렛, 사탕을 들고있기 때문이었어요. 

선생님이 매일 말씀하시는 건데 자기는 지금 선생님의 가르침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미안하기도하고 창피하기도하고 혼날 것도 같고... 그래서 머뭇머뭇거리며 못 오는 걸 보고 제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가르치긴 가르치되 억지로 하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대신 대안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했고 ‘먹거리 프로그램’을 생각해냈죠. 먹으면 안 좋은 것과 함께 먹어서 좋은 것을 같이 가르치자. 무데이, 콩축제 등이 그래서 나온거에요.

김외솔(이하 김) :

그렇죠. 과자를 먹는 대신 무를 먹으면 되니까.


안 :

지금도 저는 그걸 안 먹었으면 좋겠지만 제 입으로 말은 쉽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가 누구 선생님이 사탕줬다고 하면 속으로는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말하고 싶지만 겉으로는 ‘니가 판단해.’라고 해요. 그럼 ‘쓰레기통에 버릴께요.’ 그래요.

먹거리 교육을 할 때 사용하는 먹거리는 친환경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사요. 그리고 제 주변에 친환경으로 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주장들도 많잖아요? 유기질 비료가 오히려 문제가 더 많다. 저에겐 큰 딜레마였어요. 저는 친환경으로 지은 것을 사다 먹으면서 계속 지냈거든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계속 들어오니까 그런 걸 무시할 수가 없게 된거에요.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의 엄마아빠가 비료쓰고 농약쓰는 밭에서 농사를 짓는거에요. 내가 이걸 욕하면 그 아이 엄마아빠를 욕하는 게 되는거에요. 가슴이 아픈거죠.

그래서 농약과 비료를 안 쓰는, 흙을 살리는 농법이나 그런 먹거리를 먹어야한다는 기본은 가지고 있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거죠. 이렇게 이렇게 키우는 닭고기 먹지마라고 했는데 우리반 아이 아빠가 그렇게 닭을 키워. 그럼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찾은 게 ‘이왕이면 줄여요’, ‘이왕이면 늘려요’에요. 중간에 바꿨어요 

김 : 

나쁘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겠네요.


안 :

저번에 우리반 아이가 '선생님 이거 사탕, 누가 줬어요.’라고 하더라구요. 예전 같으면 ‘먹지마라, 그건 쓰레기음식이니까 버려’라고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마음 한 편으로...

김 :

누군가는 또 그 사탕을 만들고 있을텐데...


안 :

그렇죠. 그걸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해요.

 “네가 판단해."

김 :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뭘까요? 먹는거에 대해서 친환경이 좋다, 나쁘다도 나중에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고. 원래대로 하면, 아주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인간에게 가장 원시적인 상태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게... 이를테면 육식을 안하는 게 원래입니까?


안 :

아니에요.

김 :

아, 인간은 육식동물이에요?


안 :
 
인간은 다 먹잖아요.

김 :

다 먹는다. 다 먹을 수 있다.그러나 농약 이전에 다 먹을 수 있다... 가장 인간다운 식사가 어떤 식사가...


안 :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내 앞에 온 음식은 지금 내게 필요한 음식이다. 감사히 먹자고. 여기까지 오는데 많이 돌고 돌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우리집에 누가 고기를 주면 그 때가 고기를 먹을 상황인거라 생각해요.

김 :

그 고기가 친환경이든 아니든.


안 :

네. 그런 거 안 가리고.

김 :

누가 피자를 사오면요?


안 :

네. 그냥 감사히 먹어요. 물론 기본적으로 피자나 햄버거에 대한 교육은 하죠.

김 :

이게 쓰레기라는 걸 알고 먹는 거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안 :

알지만. 그리고 일단 엄마의 손이 들어가는 거. 이게 소세지지만. 소세지에 대한 교육은 해요. 그 속에 들어있는 아질산나트륨이 고기랑 만났을 때 암세포를 유발한다든지 이런 거에 대한 공부는 해요.

김 :

그럼 우리 엄마는 암세포를 유발하는 요리를 하는거네요?


안 :
 
그쵸.

김 :

그럼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암세포를 유발하는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인식을 하되 엄마가 해준 거니까...


안 :

그 음식은 엄마의 기도가 들어간거잖아요?

김 :
 
그걸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킨다구요?


안 :

그렇죠. 그래서 먹거리 교육을 1년내내 해요. 처음엔 이런 거, 여기서 얘가 고민할 지점들이 있고 이렇게 하면 쟤가 고민할 지점들이 있고 그렇게 해석하면서 유연하게... 저도 유연해져가고 아이들도 유연해져 가는거죠. 요즘은 농약치고 이런 것도 잘 씻고...

김 :

그건 굉장한 균형인데요.


안 :

굉장히 많은 고민을… 저도 완전 채식만도 해봤구요, 완전 생식만도 해봤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어떻게 먹어야될 것인가에 대해서 제 몸으로, 우리 딸 몸으로 실험을 되게 많이 했어요.

김 :

실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