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도덕수업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시는지? 



제가 15년차 교사인데요 도덕책을 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나요. 도덕책 한 권을 다 가르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도덕책은 정말로 자료로만 쓰였어요. 왜 그렇게 하냐면 우리나라 도덕책을 보면, 안 본지 하도 오래되서 뭐가 문젠지 다 까먹었어요. ^^; 

외국에는 도덕이란 교과목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인성은 학교교육 대상이 아닙니다. 인성은 가정교육의 영역이에요. 학교는 사회성 교육이고 민주시민성 교육이구요. 아이들이 어느 가정에 있느냐에 따라 도덕성이 다 달라요.

콜버그의 도덕성 기억나시죠? 이 6가지로 봤을 때 어린이지만 5단계, 6단계의 도덕성을 보이는 어린이도 있더라니까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감동적이죠. 오히려 성인이지만 1단계에 있는 사람도 있어요.

벌은 1단계, 상은 2단계, 3단계는 관계에서 오는 칭찬, 4단계 존중, 5단계 사회적인 책임... 이런 것들이 있죠. 6단계는 양심. 제가 살짝 바꿔서 사용하고 있긴한데 한국의 도덕교육은 저는 대단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에서 확인할 수 없는거에요. 
 
아이들이 가정에서 받는 도덕성에는 다양한 수준들이 있어요. 사회성이라는 건  이렇게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 수 있는 힘이에요. 도덕성 6단계인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사회가 아니라 도덕성 1~2단계의 사람과도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힘. 그게 결국 상호존중과 책임이거든요.

우리는 사회성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해야하는데 우리 사회는 도덕교육을 그렇게 몇 십년 했으면서도 인성교육해야한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인성교육은 가정교육의 영역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감당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도덕 수업을 할 때는 도덕책을 가지고 하지 않구요 ‘첫만남 프로젝트’를 일주일동안 하게됩니다.  이 시간동안 아이들과 성품과 도덕성, 그리고 의사소통 훈련을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재미있고 따뜻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줘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엔 두려움이 있잖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두렵고 친구들이 두려우면 성품이 싹트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 두려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이 두려운 존재가 되면 아이들은 두려움에 기반한 삶을 살게됩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넘어서야됩니다.

그 다음에 저는 도덕시간에 학급회의를 합니다. 보통 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게되는데 ㅁ자로 둘러앉아서 지난 주 반성을 해요. 이 때 가장 먼저 하는게 칭찬, 감사, 격려입니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서 칭찬하고 싶은 친구, 감사하고 싶은 친구, 또는 격려하고 싶은 친구, 그런 이야기를 쭉 돌아가면서 이야기해요. 아이들은 이걸 통해서 자존감을 키우고 소속감을 느낍니다.

그 다음에 일주일간 지내면서 우리 반에서 좋았던 걸 이야기나눕니다. 이런 것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러이러했으니까. 그 다음이 해결해야할 것. 이 점은 개선해야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학급의 문제가 다 나옵니다. 욕하는 문제, 괴롭히는 문제, 떠드는 문제, 장난치는 문제 등이 나와요.
 
그러면 저는

"야, 너 왜 그래?"

라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이야기를 나눠요. 어떻게 할 것인가. 약속을 정하면 그걸 써서 붙여놓고. 그렇게 해나갑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도덕수업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이 물어봐요.

"선생님, 우리는 왜 도덕책 안봐요?"

 "너희들은 굉장히 도덕적으로 살고있잖니?"
 
이렇게 대답하죠. 그럼 그렇긴하데요. ^^ 원한다면 도덕책 편다, 했더니 보고싶지 않데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사는데 아주 기본적인 성품과 존중과 책임, 학급의 규칙, 약속, 의사소통하는 방법, 특히 화가났을 때 의사소통하는 방법. 문제해결방법(문제해결방법도 굉장히 체계화되어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걸 토의하는거에요.
 
이렇게 도덕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그 주제로 역할극도 하고, 제가 강의하기도 하고. 이 아이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삶의 주제를 가지고 도덕수업을 합니다.

도덕책도 나름대로 잘 만드는 데... 그것이 좋은 책이라하더라도 그냥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것보다 아이들과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토의하는 과정이 훨씬 효과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