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 벌


안영숙(이하 안) :

야단치거나 벌을 줄 때는 중요한 게 몇 있어요.

1. 시간이 걸리더라도 왜 벌을 받아야하는지를 알려주기.
2. 공평하게 벌주기. 원칙이 있어야하죠. 몇 분동안 벌을 줄 것인지 등등.
3.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벌주기. 예를 들어 발표 안한거는 벌 받을 일 아니에요.

대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벌이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면 말하지 않기, 놀지않기 등등. 

김외솔(이하 김) :

그렇죠. 발표 하지 않는 것은 칭찬 받지는 못할 일이지만 벌 받은 일은 아니죠. 

안 : 

그렇죠. 그런 걸 분명히 해야하죠.  그리고 왜 벌을 받아야하는지를 꼭 설명해줘야해요. 설명 안해주면 벌만 주면 감정만 상해요. 이거에 빠지면 벌 주는 의미가 없어져요. 

그리고 제 경우는 그래서 아이에게 벌을 줄 때 원칙이 이래요. 

"뒤에 가서 5분동안 서있어. 이야기는 들어야하니까 눈 감고 서있어. 눈 뜨거나 하면 5분 추가야."
 
이렇게 엄격하게 해야해요.


김 :

요즘은 어떤 종류의 벌이 문제가 됩니까?

안 :

벌의 종류는 문제가 아니에요. 벌을 줄 때 진짜 한 가지만 해도 돼요. 그걸 정확하게 주자는거지.

“네가 이러이러해서 이걸 안 지켰는데 네가 생각하기엔 어때? 벌을 받아야되겠니 아니면 그냥 넘어가도 되겠니?"

"벌 받아야겠어요."

자기가 다 말해요. 그런데 다짜고짜

"너 이리와. 뒤로 나가."
 
이건 아니지.


김 :

벌 받는 아이가 시계보면서 '저 10분 넘었는데요…’하면서 들여보내달라는 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죠? 들여보내주나요? 

안 :

그건 안돼요. 엄격해야돼요.


김 :

5분동안 벌을 줄거면 정확히 5분을 줘야하는거죠? 확인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죠?

안 :

엄격하지 않으면 벌을 주지 않는 게 나아요.

“네가 관여하지마. 그건 선생님이 할거야."
 
혹은 다른 애들이 막 ‘선생님~ 5분됐어요~’그러기도 해요. 그래도 이렇게 말해야해요.
 
"그건 선생님 일이야. 선생님이 시계를 보고 있고 선생님이 시간되면 들어오라고 할거야."
 
이걸 정확히 해줘야해요. 이렇게 해야 ‘아, 벌은 엄한거구나’라고 인지한다고. 그렇지 않고 ‘야~ 5분, 들어가.’ 이러면 장난이라. 그럼 벌의 의미가 없어요.



# 자리배정

안 :

그 다음에 자리배정. 나는 3월 한달동안은 일단 키 순서대로 앉혀요. 그 다음엔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아요. 내가 가만히 살펴봤더니 선생님들은 주로 ‘뽑기’로 자리를 배정하더라고요. 

김 :

뽑기를 해야 가장 공평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안 :

선생님들이 공평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한다고 봐요. 아이들이 지내다보면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생기거든. 그래서 뽑기로 짝이 배정되면 ‘아이 재수없어.’ 이런 말들이 나올 수 있어요.

아니면 키 큰~ 아이랑 요만한 애랑 걸려. 그런데 그 아이가 가운데 뚝 앉아있어. 그러면 그 뒤에 앉은 아이는 한달이면 한달 내내 불편한거에요.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꼭 뽑기를 하고 싶다면, 일단 하고 너무 아닌 아이는 1:1 대면해서 좀 조정을 해주는 정도가 좋겠다는거에요.

김 :

그게 잘 안되는거 같아요.


안 :

그러니까...

김 :

조정이라는 게 그 학생이 어느정도 받아들일 만큼인데...


안 :

설득력이 있어야해요.


김 :

보통 선생님들은 '요즘 애들이 그렇게 한다고 그렇게 됩니까?’라고 하죠. 

안 :

그냥 '그냥 요즘 애들은 안돼.’라고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요. 요즘 애들도 다 돼요. 정말 자기에게 관심가져주면 아이들은 다 달라져요. 그런데 그걸 안 하니까.


김 :

그러면 선생님들은 또 '어떻게 30명 학생들 모두에게 다~ 합니까’ 라고 하겠죠.

안 :

키가 너무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가운데 딱 앉아있으면 사이드로 앉히면 돼요. 그정도만 해줘도 '아, 이런 게 배려구나~' 하고 아이들은 그냥 배워요. 그런데 선생님은 그러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배려하라’고 하니…

요즘 선생님들 보면 칠판에 그거 잘 붙여. 학목, 덕목, 일주일의 실천덕목으로 ‘배려’. 입으로만 ‘배려해야한다’고 하는데 그건 구호에 불과하죠. 그런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 이런 게 배려구나~’라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선생님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아요.  



# 청소


안 :

청소문제도 그래요.

"청소해."

이렇게만 말하고 자기 일만 해요. 그러면 청소를 하는 애는 10명 중 1~2명이에요. 나머지는 장난치고… 청소하는 애들만 맨날 청소해요. 이거 불공평한거죠. 바로 이런 게 공평하지 않은거에요.

사실 아이들은 청소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라요. 집에서 청소를 해봤어야지. 
 
나는 3월에는 꼭 같이 청소해요. 쓸고, 청소기 밀고. 닦는 거 다~  저학년의 경우엔 걸레를 내가 빨아줬어요. 애들이 그걸 어떻게 빨아. 고학년의 경우는 내가 걸레를 짜줬어요. 걸레 짜는 법을 모르잖아.

이렇게 자꾸 하면 아이들이 그래요.

"아, 이제 저도 알겠어요 선생님. 저희가 할께요."
 
큰 아이들은 고마움을 알아요. 저학년 아이들은 그런 거까지 못하니까 내가 다 걸레 짜주면서 ‘여기 닦아라'만 했어요. 

솔직히 내가 엄마라면  8살, 9살 애기에게 '니가 해’라고 안 하잖아요. 부모의 마음이 되자는거죠. 청소는 처음에는 반드시 함께 해야해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10분이면 될 일을 30분을 해도 늘 그 자리에서 맴돌아요. 


김  :

그럼 교사가 미리 청소를 어떻게 해야할지 다 머리 속에 있어야하네요.

안 :

그럼요~! 그렇게 한 달만 하면 습관이 되서 교사가 없어도 잘 해요.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까지 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