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젊은 교사들은 수업 잘 하는 게 뭔가를 많이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선생님 수업하는 거 보면 슬라이드 48매? 1시간에 그걸 보여주더라구요. 그 수업을 보고나서 그 선생님에게 얘기했지.

"선생님은 수업하면서 아이들 얼굴을 몇 번 봤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몇 번을 봤을까요? 내가 보기에 이 수업에서는 아이들하고 선생님이 공부한 게 아니라 텔레비전과 아이들만 공부했어요. 화면만 봤어요."

이건 아닌 것 같아. 물론 정말 필요한 화면이 있을 수 있어요. 좋은 자료. 그렇다면 보여줄 때 딱 보고 그 다음에는 선생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나눠야하죠.  
 
계속~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이들 입장을 전혀 생각을 못하는거에요. 애들도 힘들거에요.

물론 도입 중요하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그런데 내가 컨설팅을 해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도입부분을 거창하게~ 그것도 그런 슬라이드나 동영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그거 교대에서 잘못 가르친거야.

심지어 예전에는 도입부분, 동기 유발이 수업과 관련이 없는 것도 있었어요. 그냥 재미있는 거. 아이들 관심만 수업에 끌어들이려고 보여주는 거. 그러다 딴 길로 막 빠져.  그게 아니고 말 한마디든, 그림 하나든, 책 어느 구절이든, 그냥 아이들에게 툭 던져주고, 툭 던져주고, 들려주는거라.

"우리 선생님이 왜 이걸 보여주지?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아~ 저기 보니까 오늘 공부할 것과 닮았구나~ "

이렇게 되도록 훈련을 해야한다는거지.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어떻게 그렇게 다 찾아요?"

다니면서 수업교재가 될만한 것들은 무조건 메모를 해야해요. 무조건 해두면 언젠가 써먹게되요. 


김외솔(이하 김) :

문제가 그거 같아요. 영상을 틀어준다는 것은 '선생님은 다른 걸 할테니 너희는 이걸 봐라.'

안 :

맞아요. 선생님은 빠지는거죠. 그래서 항상 내가 원하는 건 ‘교감’이에요. 눈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있어야하는거죠.


김 :

영상을 보여주더라도 선생님도 같이 보거나… 

안 :

그렇죠. 선생님이 딴 일하면 안되요. 나는 영상볼 때 애들 눈높이로 그 옆에 가서 의자 하나 갖다가 앉아서 본다고. 그럼 아이들이 그 영상에 집중해요. 그런데 틀어주고 선생님이 다른 일을 하면 자기네들도 딴 짓 해요. 애들은 기가 막혀요. 


김 :

이런 것들이 소위 ‘인성교과’에 다 들어가있는 얘기죠?최근에 인성교육법. 이래가지고 교육과정에 다 넣으라고. 

안 :

난 그게 웃겨요. 이미 모~~ 든 교과 속에 인성요소가 다 들어있어요 . 들어있어서 그걸 하나 탁, 끌어다가 터트려줘야하는데 ‘인성해야만 인성인거야’, 이게 말이 안되요.

예를 들어 수학 공부를 하다가 삼각형, 사각형, 원이 있으면 뾰족뾰족한 부분은 사람의 어떤 날카로운 성격으로 비유할 수 있죠.

"사람이 둥글게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걸 바로바로 접목시킬 수 있는데 교과서에 있는 걸 그대로 교과서만 가르치려는 데 문제가 있고 가공할 줄을 몰라요. 그래서 교사는 교재 분석을 해서 생활의 모든 것이 교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해요. 생활에서 나오는 것들은 정말 좋은 수업도구가 될 수 있거든요. 


김 :

원인이 뭐라고 보세요? 

안 :

관심이죠. 수업은 수업 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김 :

주어진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 아닐까요?

안 :

그렇죠. 


김 : 

그래도 초보선생님들의 경우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봐요. 문제는 ‘지금 당장’ 잘하고 싶어한다는거겠죠. 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조금씩 축적하면서 언젠간 잘할 수 있는 그 때를 기다려야하는데 그걸 못 기다리는거죠?

안 :

그렇죠. 내가 컨설팅을 해주면 선생님들이 그렇게 잘 안된다고 해요. 당연하지. 처음부터 어떻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요. 그건 욕심이에요, 욕심. 선배교사들은 그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칭찬해줘야해요. 필요해. 왜냐면 '정말 내가 잘하고 있나?’ 이러고 있는데 지적질만 막 당해봐.

"잘했어. 그 정도면 잘하는거야~ 나 너만할 때는 정말 못했어."
 
동기유발 자료를 자꾸만 인터넷에서만 찾으려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애들은 그런 거에 너~~ 무 질려있어. 요즘 애들은 의외로 책 이야기하면 몰라요. 그러니까 동화책 많이 읽는게 좋죠. 초등학생이 읽어야할 동화책 다 읽어야해요. 


김 :

교사들이 진짜 책 안 읽는 거 같아요. 

안 :

책을 안 읽어. 정말 너무 안 읽어. 그렇다고 교재 연구를 막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한 번도 수업을 앉아서 한 적이 없어요. 수업은 서서해야해요. 이건 지론이에요. 앉아서 하게되면 바로 클릭교사가 되는거라. 그리고 앉으면 컴퓨터 때문에 그 앞의 애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요. 그래서 아이들이 별 짓을 해도 선생님은 몰라. 그럼 그 아이는 뭐냐고...

그래서 난 항상 일어서라.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1시간에 한 번은 모든 아이를 다 살펴야한다고 이야기해요.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면서, 아이가 딴 짓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것만 해줘. 콕 건들여주기. 어쩌구 저쩌구? 필요없어요. 살짝. 이건 이런 뜻이에요. 

"선생님은 너의 행동을 다 보고 있어."

애들은 자기 앞에 아이가 있으니까 자긴 안 보이는 줄 알아요.

"애들아. 선생님은 다 보여. 여기와서 서볼래? 서있으면 다 보인단다. 뒤에 안 보이는 거 같지? 가려지지 않아."

그런 거 하나 하나를 툭툭만 해주면 애들은 기분 나빠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상한 행동하는 아이들이 관심받고 싶어서 하는거거든. 그런 걸 이해하면 생활지도 안되는 수업은 절대 없어요. 


김 :

수업만 따로 놓고 이야기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거네요. 

안 :

대학생이면 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은 안되요. 왜? 내가 지금 어떤 학급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시간 수업을 한다면 그 수업만 쭉 하지 못해요. 그 1시간동안 돌출되는 아이들의 행동들을 적당히 주물러주면서 수업을 해야하니까. 그래서 만약에 새로운 선생님이 수업을 한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기해서 처음 15분 정도는 집중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본색을 드러내요. 😃
 
하지만,

"내가 너희를 알아. 지금 이러고 싶구나?"

이런 것만 톡톡 건드려줄 수만 있다면 아이들은,
 
'어? 이 선생님은 뭔가 달라.'

이렇게 되는거지. 그래서 생활지도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수업을 잘 할 수 있어요. 생활지도 못하는 선생님이 수업 잘 한다? 그건 아니죠.


김 :

스킬이 부족한... 그런 게 전혀 없는 선생님의 경우는 어떻게 하죠?

안 :

수업하는 법 배우는 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아요. 정말~ 진짜. 처음에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수업과 관련된 자료를 투입하고, 그 다음 도입부분에서 아이들을 수업을 끌어올 수 만 있으면되요. 그리고 정리. 

정리 단계에서 선생님이 놓치는 이유가  도입 때 뭘 했는지를 잊어버려서 그래요. 학습목표를 놓치는거죠. 학습목표는 늘 꿰고있어야해요.

예를 들어 한라산에 가기로 했다면 정상에서 만나야하잖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있어서 가다가 머물러버려요. 그러다 나중에,

‘아, 맞다. 한라산 정상에 가기로 했지?"

이런다고. 아니면 한라산 정상에 가기로 한 것도 잊어버려요. 이런 수업이 많아요.

그러니까 내가 오늘 수업 준비할 때 '이 수업의 목표는 무엇인가'를 절대 놓치지 말고 이 수업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까를  연구를 해야죠.

단, 내가 다 설명해줘버리고,
 
“자, 오늘은 성판악으로 가자. 성판악이 제일 좋아. 선생님만 따라와."

"아, 힘들어요. 계단이 많아요~"

"야, 시끄러워. 이 길로 가야해."
 
이런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거죠.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해요. 목표지점에 딱 도달했을 때
 
"자, 자기 온 길을 말해볼까?"

이게 좋아요.

"누구는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했지? 누구는 이렇게 했지? 누구는 이렇게 했지? 자, 그럼 자기가 공부한 방법에 대해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얘기해볼까요?"
 
또 그런 이야기를 모둠별로 하면 그렇게 못한 모둠은

"아! 저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라는거죠.

"그 방법보다는 저 방법이 나은 것 같아요."

"우리 방법보단 저게 나은 거 같아요."

"아~ 저걸 통해서 뭘 배웠어요."
 
이런 건 다 아이들 입에서 나오게 해야하고 교사는 맨 마지막 정리만 해주면 되요. 아이들이 완벽하지 못해요. 엮어주는 건 선생님이 해줘야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이들은 다~~ 이야기를 했는데 정리를 못해요.
 
"그래. 여러분, 이런 거 이런 거 정말 잘했어요. 그래서 정리하면 이거란다."
 
그러면 끝이야. 이게 없으면 해내긴했는데 뭘 배웠는지 몰라요. 요즘 선생님들이 나열식이잖아요. 슬라이드 48장. 그러면 아이들은 이런다고.

"몽고군이 쳐들어왔어요. 왜 쳐들어왔다고 했죠?"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