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후배 선생님이 현장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전화를 해요. 반에 말 안 듣는 아이가 있어서 속상한 마음에 동료선생님들에게 그 얘기하면서 '그래도 애들을 때려선 안되겠죠?' 하니까 주변 선생님들이 비웃더라는거에요. 비웃으면서 '너 그거 백날 해봐라. 될 줄 아느냐. 때려야 해. 때려.’했데요.

물론 아이들을 혼내거나 때리는 건 즉시 효과는 있다고 봐요. 즉시. 하지만 그건 마음에서 우러나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이 안 보면  되돌아가버려요. 이건 뭐에요, 교사는 감시자가 되는거고 애는 이중인격자가 되가는거죠. 눈치를 싹~ 보면서 선생님 있을 때는 아~ 주 반듯하게 행동하지만 선생님이 안보일 때는 그 본색이 확 드러내는.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시간은 걸린다'고 생각해야해요. 아이가 6학년이라면 그 아이의 태도는 13년의 세월동안 만들어진거에요. 그게 쉽게 변하겠어요? 아니지. 하지만 정성껏하면 1년 안에 분명 변해요. 더 정성을 기울이면 뭐 6개월, 3개월. 내 경험으로는 초등학생이면 3개월정도 정성껏하면 어떤 아이든 변화가 온다고 봐요.


김외솔(이하 김) : 
 
처음에 좀 잡아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안 : 

무조건 '때려서 니가 이겨라’지 뭐. 그런데 후배선생님은 안 때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정말 잘했다~’ 했죠.  하나씩 차근차근 접근해야해요. 어떤 일엔 반드시  원인이 있는거에요. 그런데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해요. 아이가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발을 구르거나, 선생님에게 덤빌 땐  분명 원인이 있어요. 그런데 '버릇없는 녀석, 감히 선생님 앞에서 이렇게 해?’라고 결과만 보는거에요.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해줬어요.

"다시 한 번 그 아이를 다시 보아라. 지금 네가 보는 건 껍데기만 보고 있는거야."

“어후~ 그래도 걔가 너무 심한 거 같아요"

"그래. 지금 나타난 결과는 내가 들어봐도 심한 거 같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떤 부분, 소위 트라우마라고 하는 거, 어떤 부분에서 심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걸 잘 관찰해봐라. 그리고 얘기를 해."

 
저는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꼭 손 잡으라고 해요. 물론 아이는 반항하고 눈도 절대 안 마주치려고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손을 안 놓아요.  손을 딱 잡아보면 얘가 어느정도 화가 끓고 있구나를 알 수 있어.

그럼 후배가 그래요.

“제 손을 안 잡으려고 해요"

"그럴거야. 그렇지만 그냥 잡아. 잡고 아이의 얘기를 들어줘. 그러면 이게 이렇게 풀려. 그리고는 자기가 할 만큼의 말을 다 했다 싶으면 ‘어, 이 선생님은 들어주네’ 이런다고"

여태까지는 자기가 말을 하면 선생님이 중간에서 딱 끊고 ‘너 저번에도 그랬잖아!’ 이렇게 했는데 ‘어, 그랬어? 아, 그랬구나.’ 이러면서 들어주니까 자기도 이상한거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는 긴 말이 필요없어요. 상담한다고 막 대단한 말들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그랬구나~ 그랬어~ 어, 정말~ 속상했겠다~’ 이렇게 공감해주기만 해도 되거든요. 그렇게 풀어지면 이건 된거야.



김 : 

애들이 기다릴 때 이야기를 하면 들어줄 수가 있는데 요즘 애들같은 경우는 완전히 닫혀버린 경우도 있거든요. 


안 : 

처음엔 그래. 그런데 요즘 애들 말 안한다? 이건 내가 보기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계속 아이의 말을 막은거에요. 집에서 부모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뭐라고 뭐라고 말하면 이렇게 했던거지. ‘핑계대지마.’ 혹은 '너 거짓말 하지마.’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부모가 ‘너 이거 했어?’ 그러면 애는 혼나지 않을까 생각 중인데 부모는 바로 '너 이랬지, 이랬지, 이랬지' 하면서 자기네가 미리 다~~ 얘기를 해요.  그렇게 자란 아이는 어느정도 되면 자기가 말할 필요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내가 늘 엄마들에게, 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해요.

"부모가 말이 많은 경우 아이들은 말을 안합니다. 그러니까 말을 줄이고 들으세요."
 
내가 그 고집스런 아이들을 왜 안 만나봤겠어요. 처음에는 손을 잡아도 입 딱 다물고 있어요. 그럼 ‘너 지금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하는거에요. 


김 : 

아, 그런 말들. 지금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안 : 

"지금 말하고 싶지 않구나. 그러면 갔다가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선생님에게 와. 선생님은 너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너를 도와주고 싶어. 근데 니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선생님은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선생님도 답답해. 너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말을 하지 않으니까 도와줄 수가 없어."

이 말을 했을 때 애들은 ‘어~’ 그래요.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그런 거니까.  전 항상 아이들 눈을 보라고해요. 눈이 흔들리는지.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은 즉답을 원해요.

"왜 말 안해? 이게 고집부려?"

얘는 고집이 아니야. '말할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거에요. 말했다가 더 혼날 수도 있으니까. 이제까지 말해서 이익본 게 없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하는거에요. 아이들도 선생님을 간 봐야지. 이 선생님 어떤 사람이지?

계~~~속 그 아이가 믿음을 가질 때까지 기다려줘야하는거에요. 비난하지 말고. 그러면서 그냥 내버리면 안되지. ‘얘기할 마음 있으면 와~’.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면 안되요. 쉬는시간되면 슬쩍 가서 ‘아직도 얘기할 마음이 안들어?’라고 하고 내 자리로 오고. 자꾸 건드려줘야죠. :)


김 : 

반 아이들이 30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애들 중심으로해서 그렇게 하는거네요?


안 : 
 
그렇죠. 그런데 안 좋은 일은 무조건 1:1로. 아이가 좀 창피하겠다, 아니면 속상하겠다, 이런 건 어디를 데리고 가든, 방과 후에 남기든, 뭘하든 무조건 1:1.



김 : 

다른 애들 없는데서요?

안 : 

그렇죠. 칭찬은 모두 있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