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교사생활을 하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선배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하세요.

"너네반 아이들은 어쩜 그리 착하니? 그 비밀을 말해보라."

"세 번만 남겨서 하면 다 해옵니다."

전 다 이야기해드려요.

저는 이렇게 하죠. 일단 숙제를 안 해온 아이들은 다 남겨요. 아이를 남기는 건 선배님들이나 나나 똑같아. 다른 것은 관심이에요. 일반적인 선생님은 책상에서 일만하고 아이들은 쭉~ 구석에 앉아서 숙제 한답시고 앉아있는데 가만히 보면 안 하고 있는거죠.

얘는 선생님이 자길 보나 안 보나를 체크해. 그런데 선생님은 한 번도 안 봐. 시간이 되서 선생님이 ‘ 숙제한 거 가져와봐~’ 했는데 눈치보고 노느라 안했잖아요? 그러면 '집에서 꼭 해와!’하고 보내요. 자, 이제 아이는 그런 것들을 습득하죠.  숙제 안해서 남아도 5시까지만 버티면 돼. 선생님들은 늘 다 그랬으니까.

그런데 나를 만나면 그게 안되죠. 나는 일을 하다가도 아이들을 봐요. 계속 보고 있으니까 자기도 양심이 있으니까 느릿느릿~이라도 하는거죠. 하지만 처음엔 쉽게 안되요. 그래도 볼 때는 또 하고. 이렇게하면 절대 다 못해. 5시가 됐어. 그럼 오늘은 보내.

"자, 오늘 남아서 해보니까 어때? 이제까지 남아서 해도 괜찮았잖아."

그러니까 삐죽삐죽.

"오늘 집에 가서 해올꺼야?"

"네."

"믿어도 돼?"

“네."

"알았어. 그럼 오늘 집에 가서 나머지는 해와."

“네."

물론 안해와요~~ 그럼 다음 날 또. 그 날 집에 갈 때는 이렇게 말하죠.

"내일도 안 해오면 집에 전화해서 너 숙제 다 할 때까지 선생님도 기다리면서 다 한다고 할거야. 그러니까 꼭 해오는 게 좋아."


김외솔(이하 김) :

그게 일종의 두 번의 기회는 준다는거네요.


안 :

그렇지. 모든 것에 두 번의 기회는 줘요. 그렇게 보내도 다음 날 안 해와~ 또 안 해와. 그게 그렇게 쉽게 고쳐진다면야 뭐. 이런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다 하지. 아이가 세 번째도 안 해오면 진짜로 엄마에게 전화해요. 약속 했으니까. 얘는 설마... 그런데 나는 아이 앞에서 진짜 전화했어.

"애가 숙제 다 할 때까지 저도 함께 남아서 학교에 있을겁니다. 밤 몇 시가 될지 모릅니다. 끝나면 집에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애를 보니까 눈이~~ 5시가 됐는데 집에는 안 보내주고 전화는 하고 있고.

김 :

상황이 달라진거네요. :)


안 :

"어제 선생님이 얘기했지? 오늘은 너 다 할때까지 선생님이 기다릴꺼야."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부리나케... 그런데 이제까지 해본 적이 별로 없으니까 진짜 10시까지 걸려요. 집에 데려다주면서,

"어때? 남아서 하니까 좋아? 맨날 이렇게 10시까지 남을거야? 너 선생님한테도 미안해해야돼. 선생님도 집에 가서 저녁도 먹고 해야하는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

이렇게 양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요. 나 그런 거 잘해요. 애 양심을 건드리는 거.


김 :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안 :

반드시 필요해요. 어떻게해야 저 양심을 건드릴까 고민해야해요. 가슴을 건드리지 못하면 변화는 없어요.


김 :

그건 애들이나 어른이나 다 느끼는거니까.

안 :

그렇죠. 그러면 자기도 미안하지.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나쁜거에요. 창피하기도 하고.

"10시가 뭐야. 집에 가면 또 잔소리도 들어야할거고. 부모님도 네가 이렇게 하면 자랑스러울까?"

그런 말을 해요. :)

“그런데 이거 친구들에게는 말 안할테니 걱정하지마. 너 10시까지 남았다는 거 친구들에게는 말 안할꺼야. 그러니까 오늘 가서 잘 생각해보고 선택은 니가 해. 선생님이 기회를 줬으니까 선택은 니가 해."

이렇게하면 100% 다 해와요. 못 고친 적이 없어. 부모도 고마워해요.

숙제 안 할 때 때리면 애들이 '에이, 숙제 안 하고 한 대 맞지’ 이런다고. 맨 처음 내가 이런 습관을 들일 때 어떤 남자애들은 이래. '선생님 그냥 한 대 때리세요~' 왜냐면 이제까지 안 하던 방식이니까. 질기잖아. 내가 별명이, 선배들이 별명을 지어줬는데 ‘안지독’. 이런 면에서 지독하다고. 가르쳐줘도 다른 선생님들은 몇 번하다가 '아이고 난 못해~’ 그런다니까.

우리가 아는 게 비슷비슷해도 삶이 다 다른 것과 똑같았요. 그러면서 결국은 다 자기 방식대로 가버려. 나보다 30~40년을 그렇게 살아온 선배들이 자기를 그렇게 쉽게 변화시키겠어? 그리고 10시까지 미쳤다고 남아? 내가 왜 이 아이에게? 그러니까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아이를 정말 변화시키는 건 어려운 거죠.

잠시 어떻게는 할 수 있을지라도 진짜 마음 속을 바꾸려면 약간의 희생? 요즘 선생님들에게 바라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옛날 우리 때는 추가 근무 수당? 이런 게 어딨어. 난  그런 거 하나도 없을 때도 그렇게 했어요.

아이는 받은 만큼 해요. 정말 사람이 신기해. 내가 막~~~~ 사랑하면 그게 전해져서 메아리가 막~~~ 와요. 고학년 아이들은 마음에 들면 선물을 잘 줘요. 내가 맨날 글 쓰니까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릴까... 해서 하는 방법이 자기네들이 올바른 행동하는 것, 주고 싶은 거 볼펜, 어떤 아이는 종이학 접고. 1학년 애들은 집에서 저녁에 뭐 먹잖아요? 그러면 그걸 하나 숨겨.

"이거 우리 선생님 갖다 드릴꺼야."

먹던 거 반 쪽을.


김 :

자기에겐 소중한 거니까.

안 :

그 마음을 알잖아. 오죽하면 자기들 먹고 싶은 걸 선생님 주려고 남겨서 가져와.

"고마워~ 잘 먹을께~"

그럼 좋아가지고~~ 이런 것에서 부모들이 감동하는거에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까 변화가 막 보여. 오히려 아이 입에서 '엄마~ 이런 걸 이렇게 해야해.’라고 막 나오는거야.  또 '학교 갔다오면 숙제부터 하고 놀아야해.' 이런 거. 집에서는 엄마가 숙제하라고 말해도 그렇게~ 안 듣더니 말이지.

"선생님 비결이 뭐에요? 어떻게 말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되요? 아이고 우리 아이라도 그렇게 안되는데 선생님 비결이 뭡니까?"

물으러와요 진짜. 내가 가만히 들어보면 엄마들이 안되는 건 있지. 선생들도.


김 :

그게 젤 근본적인 게 뭘까요?

안 :

중간에 짤라.

김 :

아, 다 들어주지 않고?


안 :

말을 중간에 자르고 훈계를 해요. 왜? 아이들이 횡설수설하니까. 아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이 말 하다가 저 말하다가. 그래서 끝까지 들어주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선생님이나 부모는 정말 기다릴 줄 알아야해요. 기다림이 정말 중요해요. 아이의 뜻을 충분히 안다싶어도 아이가 끝마칠 때까지 들어줘야돼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지 못하죠.

"엄마 있잖아~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됐다는거지? 그렇게 말하면 될 거 아니야!"

이렇게하면 아이는 말을 점점 안 하게 돼요. 아이들은 진짜 말 안되는 얘기도 막~ 하고 싶어서 오거든요. 그럼 들어줘요.

“그랬구나~ 그래서 기분 좋았겠네?"

아님 기분 나빴던 걸 이야기해요.

“그래서 선생님이 어떻게 해줄까?"

"이제 됐어."

그냥 들어주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