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김외솔(이하 김) : 

아이들의 습관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진영(이하 안) : 

일단 나쁜 습관이라는 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그 것을 계속 반복하는거에요. 이걸 좋은 쪽으로 바꿔야하는데 굉장히 힘이 들어요. 저 스스로도 많은 훈련을 했어요. 저 자신이랑 많이 싸웠죠.
 
제 일기장 위에는 매일 해야할 일을 체크하는 칸이 있어요, 그 날 할 것들을 써두고 매일 그걸 했는지 안했는지를 체크를 하죠. 그걸 하루도 빠지지 않고 5~6년을 했어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운동들이 몇 가지 있고, 매일 책 읽고, 매일 글쓰고, 또 매일 하늘, 바다, 땅 이런 존재들에 대해서 ‘고맙습니다’라고 해요. 잊고 살까봐.

이런 것들이 나중에 습관이 되니까 우리반 아이들하고 그걸 해보고 싶어졌어요. 습관이 되면 몸이 알아서 해요. 


김 :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안 :

네. 습관에도 단계가 있어요. 몰라서 안 하는 단계가 있고, 알아도 안 하는 단계가 있고, 아니까 노력하는 단계가 있고, 모르는 사이에 몸이 알아서 하는 단계가 있어요. 마지막 단계에 갈 때까지 계속 하는거죠. 몸이 알아서 하는 단계가 되면 일기장에 목록이 다른 걸로 바꿔요.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요.

옛날 어느 마을에 아침이면 작은 황소를 몰고가는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커다랗게 자란 황소가 그 아이를 끌고가게 되었다.

황소가 바로 습관인거죠.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신은 어떤 습관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요. 그 중에서 이어가고 싶지 않은 습관이 있다면 잘라내고, 계속 이어가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할 때까지 가야한다고 알려주요. 그리고 제가 했던 방법대로 그 날부터 애들이랑도 함께 하는거에요.

3일은 마음으로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3일이 지나면 또 결심이 필요하다. 삼칠일(3*7=21 일)은 몸이 그 습관을 알아채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아이들도 일기를  쓸 때 윗 쪽에 칸을 따로 만들어놓고 습관 체크를 시작하는거죠. 그리고 아이들이랑 있을 수 있는 시간이 1년이고 그 안에 뭔가를 해야하니까 습관만들기의 시간을 최소로 100일을 잡아요.


김 :

단군신화에 나오는 100일도 의미가 있는거니까요. 

안 :

네. 완성의 시간. 그리고 ‘자기 관찰 수업 일지’를 애들이 쓰는데 이건 내가 설정한 습관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세줄느낌에 쓰는거에요. 내가 바르게 앉기를 선택했다면 내가 이 시간에 바르게 앉았는지. 


김 :

그럼 그걸 거의 일년내내 애들이 해보는건가요?

안 :

그렇죠. 자기가 선택한 습관은 매일 체크해보는거죠. ‘매일 일기쓰기’를 선택한 아이들이 있고, ‘매일 책읽기’를 선택한 아이들이 있고, ‘매일 한가지 좋은일’을 선택한 아이도 있어요. 여러가지 설정을 하는 아이도 있구요.

애들이 일기장에 날짜를 기록해요. 예를 들어 '30분 책읽기’로 설정했다면 뒤에 5라고 써요. 이건 아이가 5일동안 실천했다는거에요. 숫자가 105가 되면 105일동안 책을 읽었단 얘기잖아요? 그러면 제가 아이들에게 알리죠.

"누가 이렇게 한지 100일 됐데~ 축하해주자~"


김 :

그럼 그 애는 습관화가 된거고. 그럼 이 때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나요?

안 :
 
네. 100일이 지나도 계속 적는 아이도 있어요. 적립하는 재미에요. 물론 짧은 시간에 습관으로 만든 아이들도 있구요. 그런 경우엔 그 습관은 빼고 다른 습관을 설정해요.

저 어렸을 때 좌우명이 '운명을 바꾸는 첫 단추는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었어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믿어요. 

그래서 어떤 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할 때 그 순간 신의 은총과 마법과 힘이 작용한다. 온 우주에 도와주는 수천개의 손이 있는데 그 때부터 너를 도와주는데 생각과 행동을 옮기지 않으면 이 우주는 너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얘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