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새학년이 시작하면 인연에 대한 것을 먼저 공부하고 그 다음에 밥에 대해서 배워요. 밥가도 배우죠.  거기서 한솥밥의 의미를 공부해요. '한솥밥을 먹는게 한 식구다'라고.

“이제 선생님과 너희들은 한식구야. 그런데 한솥밥은 이미 우리 학교에서 먹고 있으니까 우리는 한솥’누룽지'를 먹자~"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옛날 조선시대 왕이 백성들과 한솥밥을 먹고 한식구로 살고 싶어서 행사를 벌였던 게 있어요. 자기는 궁에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밖에가서 보니까 농민들이 너무 못 먹고 있었던거죠. 그래서 커다란 솥을 가지고 와서 밥을 하고 그 밥을 다 나눠먹었데요.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누룽지를 나눠주고 다같이 먹어요.

김외솔(이하 김) : 

수업시간에 누룽지를 먹나요?


안 :
 
네.

김 :

누룽지를 먹는 건 일종의 의식이네요?


안 :

네. 그렇게 하고 이제는 한식구니까 싸울 일이 있어도 조금 양보하자고 하죠.

김 :

누룽지 먹으면서는 안 싸워요?서로 먹겠다고 싸울 것 같은데요.


안 :

예쁜 싸움이죠. '누가 더 많이 먹어요~' 이런 거. 하지만 진짜 싸우진 않아요. 모둠별로 나눠주며서 저는 '골고루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해요. 그러면 자기네끼리 규칙을 만들어서 먹어요. 제가 거기까지는 간섭 안해요. 그런데 그 규칙들이 재미있어요. 인원수대로 나눠서 먹는데도 있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먹는데도 있고.

김 :

누룽지는 요즘 애들에게 맛있는 음식은 아닌데 잘 먹나요?


안 :

네. 학교에서 선생님이 주신 건 맛있는거에요. :)

김 :

그 심리가 하...


안 :
 
학교에서 ‘와 맛있다 맛있다~’하고 먹으면 집에가서 엄마에게 누룽지를 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제가 쌀이나 밥을 주제로 수업 할 때는 현미를 볶아서 가져가서 현미차를 끓여서 나눠먹거든요, 그 때 현미차가 왜 좋은지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죠. 이게 사실 맛은 그닥 없는건데 아이들은 너무너무 맛있데요.

김 :

이야기를 해주고 먹으면 맛있는거죠.


안 :

현미차를 끓이는 사이에 우리는 공부를 하고, 현미차가 다 끓여지면 또 공부하다가도 먹고. 제가 이야기해주는 먹거리에 이야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구성한 것들이에요. 인터넷에서 얻은 것들이 아니죠. 설득력있게 아이들에게 전달해야하니까 현미차가 왜 중요한지를 전문가에게 물어보죠.

학부모에게도 메세지를 보내요. 현미가 이러이런 효능이 있으니까 가급적이면 집에서 현미차를 끓여주시라고. 그러면 집에서 엄마들이 현미차를 끓여 먹는 집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