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매년 이렇게 무를 먹어보는 ‘무Day’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두 아이가 무를 안 먹었어요. 어떻게 저런 걸 먹냐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아이들은 그러든 말든 먹죠. 하지만 그 두 아이를 보면 제 자신은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아요. 올해 나의 설득의 힘이 좀 약했구나 싶어서요.
 
우선 혼자 반성을 하고, 그럼 이 아이들에겐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했었죠. 근데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되게 자존심이 강한 아이에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자존심을 건드려야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먹거리 프로그램을 안했고 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이 그동안 왜 먹거리수업을 안했을까?”

그러면서 골고루 먹는 사람과 골고루 먹지 않는 사람의 성격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건 너희들이 믿어도 좋고 말아도 좋지만 앞으로 너희들이 결혼을 할 때는 골고루 먹는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 삶이 더 행복한거야.

결혼해서 내가 밥상을 차려놨는데 자기가 싫어하는거라고 안 먹었는다면  밥상 차린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그러면 싸움의 요소가 한 가지가 더 늘어나는거야. 그런데 우리는 하루에 밥을 세 끼 먹어. 그럼 하루에 세 번을 더 싸우는거야. 그리고 이 사람이 이걸 안 먹으면 그의 자식도 안 먹게돼. 그러면 대대로 이런 문제가 생기는거야.

그래서 밥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관계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의 벽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야. 물론 부모님에게 받은 유전자의 차이는 있지만 관계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는 골고루 먹는 사람이 훨씬 더 유리해. 그래서 성격이 더 좋을 가능성도 훨씬 높아.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사람 만나러 갔을 때나 선보러 갔을 때 골고루 먹는 사람을 고르는 게 중요한 게 될 수 있어”

김외솔(이하 김) : 

그런 식으로 자극을 하는거에요?


안 :

네. 

김 :

아이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세요?


안 :

네. 집어서 얘기해요.

“선생님은 굉장히 안타까웠어. 이 친구는 집에선 절대 못 먹을거야. 선생님이랑 애들이랑 함께 먹을 때는 먹을 수 있어. 그런데 그 기회를 이 두 친구는 놓친거야. 선생님이 먹거리 수업을 못한 이유는 그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해서, 해결이 안되서 섣불리 이런 걸 할 수 없었어.”

김 :

애들도 누군지 다 알거 아니에요?

안 :

네. 누군지 알죠. 그리고 그 두 아이 표정을 보죠. 굉장히 당황하고 미안해하고. 왜냐하면 자기로 인해서 친구들이 그동안 못 먹었잖아요.


김 :

혹시 나쁜 선생님 아니에요?:D

안 :
 
나쁜 선생님이죠. :D 그런데 제가 일부러 그걸 건드리려고 한거니까. 그리고 그 날 점심 먹을 때 ‘오늘 기분 어땠어?’ 물어보는거죠.

“속상하지 않았어?”

“아니요.”

“괜찮았어? 네가 그렇게 받아줘서 고마워.”

“네.”

“그러면 친구들앞에서 선생님이 이런 얘기들을 했으니까 이제 또 시작할건데 너 해볼래?”

이렇게 하니까 고개를 끄덕끄덕.


:

아니라고 할 수가 없죠.

안 :

그래서 ‘파프리카’ 먹거리 수업을 했는데 먹긴 먹었어요. 그런데 파프리카 한 조각을 십 분 동안 먹었어요.


김 :

XD 먹긴 먹어야겠고...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