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저는 상상의 힘을 되살려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상상의 힘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춘천교대에서 만난 저희 교수님은 걷다가 앞에 거미줄이 나오면 거기를 뚫고 못 지나가요. 상상을 하는거에요.

"밤새 저 거미가 저걸 만들려고 얼마나 애를 썼겠니, 돌아가자."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미가 이걸 하는 걸 상상할 수 있어야한다는거죠. 

그런 상상력이 다양하게 필요한데 하나는 뒤집어서 생각하기, 나를 괴롭히는 것이 진짜로 나를 괴롭히는걸까? 그 일이 나에게 게임을 거는 건 아닐까?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빼기와 더하기에는 방금 전 손뿌리를 질러 피를 흘리게 했던 바늘이 헤진 양말의 구멍을 기워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늘은 나를 찌르지만 나의 구멍난 부분을 꼬매주는 것도 있다고. 현실을 그렇게 보자는 거. 현재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죠? 현재는 영어로 선물이라는 얘기.

그리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을 때 얻게 되는 것들. 이런 식으로 쭉 얘기를 하구요,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쭉 이야기를 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들어가게 되는거에요.

이런 건 평상 시에 얘기를 했다가. 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에 대해 상상을 해보자', 제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 세상은… 종교에서는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 천국, 지옥.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 이렇게 3단계. 그 중에서 천국과 지옥 가운데 있는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어. 그래서 마음 먹기에 따라 어떤 사람은 천국에 살게되는 거고, 어떤 사람은 지옥에 살게되는거야.

자, 상상을 해보자. 우리는 어떤 별나라에서 왔을까? 이 별나라 아니면 저 별나라? 여기는 기쁨과 행복만 있는 별나라고 저기는 슬픔, 외로움, 고통만 있는 별나라야. 여기는 숙제를 다 끝내고 이 쪽으로 오고 싶어하는 곳이고, 저기는 삶이 너무 지루해서 여기 오고 싶어하는 곳이야."

김외솔(이하 김) : 

지루해서…  


안 : 
 
"먼 옛날,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행성 하나 있었어. 그래서 아낌없이 다 주고, 백만송이 꽃을 다 피우고 나면 아름다운 저 별나라로 돌아갈 수가 있어. 우리가 여기 이 세상에 왔을 때는 그냥 가진 못해. 올 때는 자기가 선택했지만. 백만송이 장미를 피워오라는 그런 숙제를 갖고 왔기 때문이야.

그 숙제 중에는 나를 위한 숙제가 있고 남을 위한 숙제가 있어. 여기 이 숙제들이 하나의 퍼즐이 되어있어. 남에게 절하는 것도 숙제. 겸손해지라는 뜻이야. 쓰레기 줍는 것도. 이런 걸 99개 다 한다고 해도 하나가 모자라서 못 가는 수가 있어."

제가 우리 엄마를 못 받아들였거든요. 저는 완전 착한 딸이고 엄마 말 되게 잘 들으면서도 우리집에 친구들은 다 데려와요. 친구들은 우리 엄마가 말 못하는 거(청각장애)를 다 알아요.  하지만 한 단계 건너 사람에겐 우리 엄마 말 못한다는 걸 얘기 못하고, 우리 엄마를 내가 부끄럽게 생각하는거에요.

이게 내가 해결이 안되던 지점이었어요. 하지만 나도 우리 엄마를 선택했고 엄마도 나를 불러서 절반의 책임으로 우리가 만났다는 걸 내가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숙제 하나가 해결이 안되는거에요. 여기에서. 그래서 내가 이걸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래서 40년 만에 그 숙제를 해결을 했죠.


김 :
 
40년 걸렸어요?

안 :

네. 마흔이 넘어서야 엄마를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제가 ‘떡잎’이라는 시를 썼어요. ‘떡잎’은 이런 시에요.

씨를 심으면 떡잎이 나오잖아요. 떡잎이 시들어서 떨어지는 사이에 성장하고 꽃 피고 열매맺고 이래요. 그럼 떡잎은 떨어져서 죽어가고 흙이 되는데 줄기는 떡잎의 고통을 못 보는거죠.  저도 그랬어요.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저에게 준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고등학교도 제 힘으로 다녔고 돈 제가 벌어서 대학도 제가 다녔거든요. 그래서우리 엄마는 내게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고 생각한거죠.

저 혼자 막 잘났다고 나 혼자 꽃 피우고 열매 맺었다고 좋아했는데 사실은 우리 엄마가 준 그동안 이 떡잎이 썩어서 흙이 되는 과정에서 모든 영양분을 얘 키우는 데 다 준거잖아요. 근데 나는 그걸 모르고 '엄만 나에게 해준 게 없어’ 이러고. 😀
 
내 별나라로 돌아가기 위한건데, 나에게 주어진 일을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숙제를 해결하는 비결이다. 이렇게 하는거죠.

우리반 아이가 일기를 썼어요. 제목은 ‘내일은 캠프’. 이 세상에 올 때 이런 설레임으로 왔다는 얘기에요.

내일은 캠프다. 나는 마음이 엄청나게 들떴다. 내가 준비해야할 물건까지 모두 챙겨놨다. 나는 이게 태어나서 젤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다. 나는 설레임에 너무 긴장이 되었다. 나는 웬지 새끼 새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오늘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김:
 
몇 학년입니까?


안 :

4학년. 우리도 태어날 때 분명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마음으로 왔을거란 말이에요. 삶이라는 한자는 생(生)이거든요. 새싹이 땅을 트고 올라온다. 그런데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잖아. 그래서 생(生)은 소 우(牛)자가 줄을 타는 모양이래요. 그런 아슬아슬함 속에서 살아야하는게 생인거죠. 천국과 지옥사이의 환경은 이렇게 나에게 사탕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자아분열을 하고 혼자 구석에 외롭기도 하죠. 이렇게 맵고, 짜고, 달콤한 종합선물세트가 이 생이라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똑같은 생을 살아도 어떤 사람은 천국을 살고 어떤 사람은 지옥을 산다는거죠. 설레이던 소풍이 즐겁기만 할까? 그렇진 않은거죠. 여기에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읽어줘요. 우리가 이렇게 돌아갈 때 소풍 잘 왔다. 왔다간다.  

('상상력이 필요해'는 다음 편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