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예전에 이런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엄마 아빠가 되게 무서운 분이여서 모든 스트레스를 학교에 와서 다 푸는 아이에요.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그냥 다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아이를 통해서 피드백을 되게 많이 받아요. 이런 아이도 있다는 거. 내가 그 아이를 껴안고 가야하는거죠. 그런데 그 때는 껴안고 가기 어려울 상황까지 얘가 막 함부로 갔었어요. 대체로 그런 아이들은 자신을 밑받침 해주는 아이들이 없으면 문제가 안되요. 그런데 받쳐주는 아이가 있으면 학급의 분위기가 흔들려버리죠.

그래서 먹거리 수업을 할 때도 자기가 먹고 싶은 건 되게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막 분위기를 흐트러버리는 거에요. 먹거리 수업을 하면서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에 대한 공부를 다 하고 아이들이 이런 걸 안 먹을 준비가 되었는데 얘가 계속 분위기를 망치는거에요.

만약에 자기가 먹고 싶지 않은 먹거리가 나오면 계속해서 ‘과자 먹고 싶다~ 과자 먹고 싶다~’ 그러는거에요. 그리고 그것에 동조하는 몇명이 있고. 얘가 되게 유머감각이 있는 아이라서 제가 그걸 누르지 않고 그냥 놔두면 아이의 유머감각을 친구들이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죠. 저도 그걸 인정해줬고.

아이가 계속 그러길래 제가 제안을 했어요. 

"그래? 너희들 과자 먹고 싶어?"

하니까 몇 아이가 ‘네’ 그래요.
 
"그래 그럼 선생님이 과자 사줄께. 근데 조건이 있어. 선생님이 준 건 다 먹어야 해. 그게 조건이야."

질리게 먹어보라는거죠.


김외솔(이하 김) : 

아~


안 :

질리게 먹어보는 게 목표에요. 그리고는 과자를 8만원어치를 샀어요. 아이스크림까지.

김 :

몇 명이서 먹는데요?


안 :
 
29명 정도?

김 :
 
전체를 다요?


안 :

네. 모둠 별로 과자도 풍~성하게 아이스크림도 풍~성하게. 애들이 실컨 먹었죠.

나중에 느낌글에 이렇게 쓴 아이도 있었어요.

선생님은 왜 우리에게 이런 거 먹지 말라고 하셨으면서 왜 우리에게 이런 걸 줬는지 이해가 안된다.

저는 그 이유는 얘기 안했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반응이 ‘토할 것 같아요.’ 그런데도 더 먹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선생님이 더 불러줄께. 더 먹고 싶은 사람에겐 더 불러줄께.” (불러줄께 = 주문해줄께)


김 :
 
더 불러줬어요?

안 :

네. 더 불러줬어요. 질리게 먹으면 그 다음부터 애들이 과자를 안 찾아요.


김 :

아~

안 :

같은 맥락으로 먹거리 수업할 때도 많이 주면 애들이 질려해서 오히려 안 먹게되요. 그래서 아주 감질나게 조금씩만 줘요. 그러면 애들이 집에 가서 콩주세요 한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