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damronbooks@gmail.com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편집자 코멘트 : 

안진영 선생님의 수업은 하나 하나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상력 키우기 —> 진화놀이 —> 중력 —> 습관 만들기 —>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 —> 선택의 지혜’식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에 소개해드릴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역시 바로 방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최종적으로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이 수업 프로그램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글 : [안진영의 교육담론] #14 상상력이 필요해(2) : 남이 되어보는 상상을 계속 해야해(초등학생 수업)


안진영(이하 안) : 

어떤 수업이든 아이들이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약간의 부작용들이 있어요. 

김외솔 : 

어떤 부작용이요?

안 :   

하이만 이야기를 하면서 유태인들을 괴롭히는 장면과 함께 미국사람과 이라크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줬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집에 가서 이 내용을 일기로 쓴거에요.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미국사람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말씀해주셨다. 난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저녁부터 마음이 불안정하고 우울해져서 엄마에게 달려가 내 기분이 안 좋다고 하자 엄마는 갑자기 걱정하는 얼굴로 바뀌며 '무슨 일 있니?' 하고 친절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말투로 물으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를 마음을 다 담아 엄마에게 하니 엄마가 유심히 들으시다가 나를 달래고 위로해줬다. 엄마 품에 안겨서 실컨 울고나니까 불안하고 그런 마음이 가라앉고 보이차를 마셔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이 딱 맞다. 


이런 경우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그런데 마침 이 아이가 우리 동화읽는 선생님 모임 딸이었어요. 전에 근데 얘 엄마가 땅콩을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땅콩을 활용해보기로 했죠. 


“나에게 지금 구제주에서 신제주로 갈 때 필요한 차비 100원이 있어. 그런데 누군가와서 100원을 달래. 그러면 100원을 줘야되나? 말아야되나?" 

  

손들고 말해보라고 했어요. 애들의 의견은 갈려요. 나는 주겠다, 나는 안 주겠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판단을 다 존중하는데 나는 거기서 100원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해. 안 줘야하는 이유는 이렇지. 내가 100원을 줘버리면 나는 걸어가야하는 수고를 하거나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해. 이건 내가 책임질 수도 있지만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수도 있어.  

나의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못 지는 상황에서 100원을 주는 건 착하지만 지혜롭지는 않은거야. 사람은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껍데기가 필요해. 그리고 여기 껍데기가 있는 땅콩처럼 이 세상에는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아.  우리가 그걸 볼 수 있는 눈은 있어야되겠지?" 


그랬더니 이런 일기가 나오더라구요.  


선생님이 땅콩을 가져오셨다. 땅콩을 볶았다고 하셨다. 세상에는 껍질만 있는 악한 사람도 있고 둘 다 있는 선한 사람도 있고 알멩이만 있는 착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하셨다. 나는 땅콩을 먹으며 껍질과 알멩이가 있는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일기도 있었어요. 


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앉을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의자 손잡이를 꼭 붙들어잡았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방긋 웃이며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며 자리를 건내주셨다. 나도 커서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고 놓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