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소개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 체육교육 전공
인디스쿨 3기 대표 운영자이며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 교사 상담을 했다. 
<<지니샘의 행복교실 만들기>>,  <<학급운영시스템>> 등 많은 저작이 있다. 

'정유진의 교육담론'은 정유진 선생님과 제주지역 초등학교 예비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수업을 하면서 화가 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요?



실습하면서 수업도 해보셨나요? 하면서 어떨 때 화가 나시던가요?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을 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그런데 나머지 애들은 그게 맞는 줄 알고 그것으로 이해해버리고. 그런 부분에서 주로 화가나죠?

사실 여러분께서 화가 나는 부분은 다른 선생님들도 역시 화가 납니다. 경력 교사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어요.

잠깐 저의 초임시절을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군대를 수색대 장교로 복무를 하고 6월 30일에 전역해서 7월 1일부터 수업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태권도 4단, 합기도 4단이었고 그 외에도 택견, 킥복싱, 특공무술의 경력이 있었어요. 무술 잡지사에서 기자를 하기도 하고 2002년도엔 KBS 인간극장의 ‘무림의 고수를 찾아서’라는 기획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제가 고수를 찾아다니는 무술가로 출연도 했었지요. 

지금 보시기엔 아저씨 몸매지만 15년 전만해도 엄청난 무술가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화나게 하는 아이들은 어떤 응징을 받았을까요?

초임 때는 많이 때렸었죠. 그 때는 저에게 군대생활 습관이 남아있어서 나를 화나게하는 아이들이나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에게 체벌을 준거에요. 그 때(2001년)은 체벌이 자연스러운 편이었요.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아이들과 잘 지냈습니다. 

6년이 지나고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어요.  그 아이들과 맥주 한 잔하는데 아이들이 맞았던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선생님 괜찮아요. 선생님께서 우리를 때려서라도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잖아요."

하지만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더 미안하다."

왜냐하면 나쁜 사람이 가하는 폭력은 나쁘게 여겨지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가하는 폭력은 ‘사랑의 매’라는 식으로 미화되버리잖아요.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때린 것에 대해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죠.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바로 때리는거에요.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너희들을 만났을 때는 낮은 수준에서, 내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서 그랬어. 지금은 매를 쓰지 않아. 매로 인해서 너희들이 좋아졌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초임 때는 그런 만행도 많이 저질렸습니다.

제주교육대학을 졸업하시고 울산에서 교사를 하고계시는 신수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나서 힘들었던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책을 쓰셨어요. 그 분이 쓰신 것을 제가 간단하게 요약을 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선생님도 사람인데 화나는 건 당연하죠. 다만 화를 냄으로써 생기는 감정적 골을 회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화를 낸 후 사과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혼내서 미안해’가 아니라 과하게 혼낸 것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라는 거죠.

제 경우도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과거엔 화가 날 때 때리기도 했지만 교사로 성장하고보니 화를 내는 방법이 좀 달라지더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이렇게 말했어요.

"얘, 왜 아까부터 계속 떠드니? 내가 조용히 하라고 몇 번 얘기해? 그러고 보니 너 어제도 떠들어서 혼나지 않았어?"

하지만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고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게되었어요.
 
"계속 떠드니까 선생님 마음이 계속 답답하다.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그 아이 근처에서 수업을 해요.  아이 옆에서 수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럼 이 아이가 부정적인 행동을 하다가 멈추게 되더라는거죠.

내가 수업을 할 때 여기(교탁)에서만 계속 책을 보고 수업을 하면 제 긍정적 영향이 떨어져요.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히 딴 짓을 하게 되기도 하고 말을 안 듣게됩니다. 아이는 선생님이 자신이 딴 짓하는 것을 알고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가주시는구나’로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화가 날 것 같을 때 쓰는 방법 중 하나가 옆을 보고 ‘하아~’ 한숨을 쉬어요. 화를 다스리고 있는 중이라는걸 보여주는겁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화가 났다는 걸 알죠. 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 이러한 것 때문에 화가 납니다. 더 화나게 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들을 거칠게 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걸 더 무서워합니다. 왜냐하면 올라오는 화도 굉장한 에너지지만 그 화를 다스리는 에너지 또한 굉장히 크거든요. 이렇게 선생님이 화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은 고마워합니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화가 났을 때 화를 조절하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이야기를 해주는 편을 더 고마워하더라는거죠. 왜냐면 거칠게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아니까.  선생님도 당연히 화가 날 때가 있죠. 화를 전혀 안 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사과하기도 합니다.

화가 나게하는 아이들의 행동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고, 화났을 때 하는 행동들도 비슷합니다. 저는 예전에 제 종아리를 때리게 한 적도 있어요. 전통적 교육방식 있잖아요. 그걸 해봤는데 그게 참 나쁜 방법이라는 걸 알게되었어요. 이 아이에게 폭력을 시키는 것이고 아이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거니까요. 

저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요즘 선생님들이 예전의 저와같이 하신다면 신문에 실릴 수 있을거에요. :)

몇년 전 핀란드교육탐방에 함께 간 선생님께서 핀란드 선생님에게 체벌에 대해 물었습니다. 깜짝 놀라며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그건 범죄잖아요."

이젠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변화방법이 정도가 아니라 처벌을 받을 범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좀더 좋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경험한 것들을 후배들은 선배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것 말고도 경험해야할 시행착오들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여러분들이 제 나이가 됐을 때 저보다 여러분들이 더 나아야되지 않겠습니까?

역사는 그렇게 진보해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사라는 전문집단에서도 계속해서 노하우가 쌓이고 있고 그것들이 후배에게 전수되고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기록을 하고 책을 쓰는 이유도 계속 진보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