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 중독 ]

안진영(이하 안):

그리고 ‘달콤한 게임’을 하기 전에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요.

김외솔(이하 김) :
 
좀 더 심각하게 들어가는거네요. 단지 나쁜 음식이 아니라.


안 :
 
네. 중독이 되기 전에 빠져나오면 다행인데 한 번 중독되면 나오질 못한다. 그러면서 애들에게 선배이야기를 해주죠.

정말 뛰어난 선배였는데 너무 아깝다. 자기의 능력을 다 펼치지 못하고 사는 게 너무 아깝다. 지금 우리반에 공부 잘 하고 뭐 잘하고 뭐 잘하는 애들, 이게 나중에 보니까 하나도 필요없더라.

"지금은 잘 하지만 몇 년을 조금 우리가 앞질러 생각하면 이 부분에 대해선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이렇게  살짝 건들여뒀다가 ‘북극에서 늑대를 잡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북극에서 늑대를 잡는 법’은 제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에요.

북극에서는 늑대를 잡을 때 사람들은 이글루 속에 편안히 있는데요. 대신 그 앞에 동물의 피를 묻힌 칼을  세워둬요. 그럼 피 냄새가 솔솔 바람따라 가잖아요? 늑대가 그 냄새를 맡고 와요. 피 냄새에 취해서 그게 칼인지도 모르고 막 핥아먹어요. 근데 이건 칼날이잖아요? 나중엔 자기 피를 자기가 빨아먹는거에요. 근데 그게 그렇게 황홀하데요. 그렇게 계속해서 자기 피를 먹다보면 죽게되잖아요? 그 상태가 되서 축 늘어지면 구경하던 사람은 힘 하나도 안 들이고 가지고 가는거죠. 

“그런데 우리 현실에 똑같은 일이 있어. 뭘까? 너무너무 달콤해. 그걸 빨아먹는 게 너무너무 달콤해. 그런데 내 몸과 마음은 죽어가고 있는거야. 우리 현실과 똑같은거야. 뭘까?”

그럼 애들이 컴퓨터 게임이라고 얘길해요. 그리고 이글루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줘요.

너희들이 죽어가는 걸 미리 계산해서 보고있는 사람들이 있어. 돈 벌려고 하는 사람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더 맛있는 피를 만들기 위해서, 더 달콤한 피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거야. 이게 자본이야. 우리는 그걸 못 보고 그 달콤함에 빠져서 살고 있는거야.”

그러면 어떤 애들은 ‘어휴, 컴퓨터게임 하지 말아야겠다’ 그러고 또 한 쪽에선 ‘어, 그래도 난 할건데’ 하죠. 하지만 전 분위기를 하지 말자쪽으로 몰아가죠. 어떤 때는 학급회의를 통해서 결정을 해요. 그런데 학급회의에서 입김이 쎈 아이가 그래도 하겠다는 분위기가 되면 제가 끼어들죠. 물론 정말 반갑게 그런 분위기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해가 있어요.


[ 달콤한 게임 ]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공명이라는 말이 있어. 우리 반에 몇 명은 게임을 하고 또 다른 몇 명은 게임을 안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안 하는 애들이 학교에 와보니 게임하는 애들끼리 게임 얘기를 하고있는거야. 그러면 안 하는 애들 나중에 어떻게 될까? 하고 싶겠지? 

그러면 결국은 한 두달 끊었다가 다시 하게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공명은 참 무서운 거야. 내가 아무리 마음 먹어도 짝이 하고 있으면 하게되거든.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면 전체적으로 ‘게임을 안 해야되겠어요,’ 라고 답이 나오죠. 그런 거에 ‘동의해? 안 할 수 있어?’ 그러면 ‘노력해볼께요’라고 해요.

물론 그래도 끝까지 하겠다는 아이가 있어요. 그러면 전부 일으켜세우고 선생님이 얘기할 때 공감을 하고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 앉으라고해요. 대부분은 앉고 몇 명이 남아요.

"그래도 게임을 하기로 했어?

“네."

“그래. 그러면 그건 선생님이 존중해줄께"

일단 이렇게 이야기하고 차차 개인적으로 밑작업을 해요. 이렇게는 하지만 사실 전 100% 게임을 끊어야한다는 욕심은 내려놓으려고 해요. 물론 저희반 애들 100% 컴퓨터 게임을 끊게하기 위해 시작을 했지만 집에서 안되는 아이들은 안되요. 이건 부모님의 협조가 100% 필요한거에요.

그리고 게임을 부모님이 허락하는 집이 있어요. 왜냐하면 부모님에게도 그게 리모콘이잖아요. 니가 이거 하면 30분 시켜줄께. 자기가 지금까지 편안하게 아이를 이걸로 조정해왔거든요. 그런데 조정하는 게 사라지잖아요. 다루기가 어려워지죠. 편안해지고 싶어서 그걸 그냥 선택하는 부모님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부모님도 몇 년 후에 후회한다는 전화가 와요. 그 때 선생님이 하자 그럴 때 했어야했는데... 제가 거기까지 생각 못 했다고.


김 :

그래도 하루 30분정도 게임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안 :

아니에요. 늘 먹는 사탕이 맛있을까요, 어쩌다 한 번 먹는 사탕이 맛있을까요? 애들에게 엄마가 늘 게임을 하게해줬을 때의 느낌과 일주일에 한 번만 하라고했을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훨씬 더 기다려진다고 답을 하죠.

엄마들은 간헐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건 괜찮다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요. 그렇게 했을 때 오히려 아이들은 더 강한 흡입력을 느끼고 더 달콤하게 느끼고 더 기다린게 된다고. 그러면 진짜 게임을 못 끊는거라고. 공부와 게임은 절대로 나란히 못 가는거다. 이 길과 이 길은 완전히 다른 길이다.


[ 기쁨과 쾌락의 차이 ]

안 :

기쁨과 쾌락의 차이가 뭔지 아시죠?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반면 쾌락은 느낄 땐 좋지만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까 즐겁게 게임은 했지만 내 인생은 너무나 밑바닥인 걸 느끼게되죠.

김 :

맞아요. 저도 어렸을 때 오락실 갔다가 나올 때 공허함을 느꼈어요.


안 :

그래서 기쁨과 쾌락의 차이를 얘기를 하죠. 컴퓨터 게임을 해서 자기가 성장한다는 기쁨을 느낀다면 해도된다. 그런데 그건 100% 아니니까.

부모님들이 동의를 하는 경우엔 집에서 아이가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하죠. 그런데 그게 안되는 집이 있어요. 안되는 집의 아이는 바뀌는 폭이 좁아요. 아이들이 10만큼 성장했다고 하면  그 아이는 그 이하로밖에 성장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아이도 우리가 한 모든 활동을 다 같이 했잖아요? 즐겁게 1년을 보내긴 보냈어요. 그런데 조금밖에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겨울에 수확하는 게 다르죠. 그리고 저와 헤어졌을 때 저를 만나기 전에 가졌던 문제가 그대로 다시 나와요.

김 :

게임을 끊은 아이와 안 끊은 아이의 차이죠?


안 :

게임의 영향이 가장 커요. 사실 저는 우리반 아이들이 저랑 있을 때 만들었던 습관을 다음 학년이 되서도 그대로 가져갈 거라는 기대는 안해요. 애들에게 그냥 솔직히 말해요. '너희들이 선생님이랑 있을 땐 책 많이 읽었지? 글 잘 썼지? 다음 학년에 올라가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물어봐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애들도 있고 아닌 것 같다는 애들도 있고.

“선생님은 너희들이 다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많은 경우가 너희들이 원래 하던대로 되돌아갈거야. 그래도 선생님은 절대 실망하지 않아. 왜냐하면 너희들은 경험했으니까. 경험을 해서 그 맛을 안 사람들은 언젠가 그 맛을 다시 찾아오게 되어있어.

학년이 올라가고 선생님이랑 헤어져서 책을 안 읽게된다고 해도 슬퍼할 필요는 없어. 그 맛을 알았기 때문에 니네가 필요할 땐 그걸 꺼내서 할거야. 그 씨앗이 있다는 걸 알고만 있어도 좋아. 그것만해도 잘 한거야.”

욕심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

('초등학생 게임중독 벗어나기’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