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김외솔(이하 김) :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아무리 선생님이시라고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현상이 있고 이해가 안가는 사회현상이나 사람들의 취향? 그런게 있잖아요. 그런데 반 아이들 중에 한 두명이 그렇게 했을 때 그래도 한가족처럼 하라고 이끌어줄 수 있는지요? 선생님의 철학과 반하는 어떤 무언가가 있을때 말이죠. 

안영숙(이하 안) :
 
당연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떻게 내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만 이 세상을 살 수가 있나, 이런 지론이에요.

물론 선생님에게도 마음에 안 드는 아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사람, 그 아이들을 배제하거나 외면하고 살아갈 순 없잖아요. 그런데 어떤 선생님 중에는 무시하고 1년을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포기하면 안되는거죠. 아이들은 다 알아요.


김 :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머리를 염색하는 부분에 대해서 허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들... 이런 것은 막연하게 애들답지 않다고 얘기한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죠. 선생님은 아이들이 염색하는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안 :

난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하고. 부모를 이해할 수 없어요 진짜. 내가 얘기를 해보면 ‘전 안하겠다고 했는데요 엄마가~’ 막 이러는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아이를 통한 부모교육이 최고라는 거.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염색한 애한테,

"어~어떡해. 이렇게 염색하면 머리도 나빠진다는데... 이 머리칼 말고 머리도 나빠져."
 
이거 사실이에요. 과학적 근거가 있어요. 내가 뉴스나 책을 많이 보는 이유가 아이들에게 근거있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그래요. 비행기타서 신문을 볼 때도 필요하다면 오려서와요.

염색을 하면 머리카락이 나빠지는 건 물론이고 머리가 나빠지고 염색체에 문제가 생겨요. 이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에요.

“못 믿겠으면 집에 가서 조사해봐."
 
난 그렇게 이야기해요. 또 이렇게 말해요.

“너의 신념이 있다면 엄마가 염색 해주겠다고 하면 절대 안 하겠다고 버텨야 해."
 
이렇게해서 아이들을 교육시켜요. 그러니까 내가 맡은 아이들은 염색을 안해요. 왜? 그건 안 좋은거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긴 안 하고 그냥 ‘염색 하지마’는...

어떤 것도

“뭐뭐 하지마~ "

이건 설득력이 없어요. 하지마? 왜? 왜왜왜? 모~든 것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해요. 애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그렇게 하듯이 아이들에게도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타당한 근거를 대서 이야기를 하라고 해요. 다 습관이 되어있어요.

"선생님 뭐뭐뭐뭐해요. 왜냐하면 어쩌고 저쩌고. 뭐뭐했어요. 왜냐하면 어쩌고 저쩌고"

항~~~상. 이런 대화를 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그걸 해야만 설득을 시킬 수 있으니까. ‘그냥요'는 나는 허용하지 않아요. 1학년 아이도 마찬가지에요. 


김 : 

토론을 해야하는거군요. 

안 :

"이유가 뭔데? 잘 생각해봐. 그러면 많은 경우는 터무니없는 경우라서 말을 못하는 거야."


김 :

그렇다면 예를 들어 염색을 하더라도 그 아이에게 꼭 염색을 해야하는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오케이인거네요?

안 :

그렇죠. 학교에서 껌 씹는 거. 껌을 씹는 것까지는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내가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씹다가 종이에 싸서 버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냥 다 버려. 그리고 껌을 씹으면 소리가 나기 때문에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해줘요.

"운동선수의 경우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야하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 씹는거고 이유없이 껌 씹으면서 이렇게 하는 건 건달들이나 하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안돼. 이 것에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

이러면 반론하는 아이들이 없어요.

"꼭 씹고 싶으면 집에 가서 씹어라."
 
모자 쓰는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모자를 써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라."

가끔 머리를 너무 짧게 짤라버렸거나 머리가 폭탄이 됐거나 그런 애들이 있어요. 내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모자를 쓴 아이가 있다면 물어봐요.

"이유가 있는거?"
 
모자를 쓰지 말아야할 근거를 이렇게 이야기해줘요.

"모자를 계속 쓰면 대머리 될 수 있데."
 
이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거에요. 바람 안 통해서.

"선생님은 걱정돼.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여기는 대한민국 제주도라는거야. 우리나라에서는 실내에서 모자 쓰는 건 예의가 아니야. 그러고 싶으면 갓을 써."
 
그러면 아이들이 할 말이 없어지는거지. 


김 :

XD

안 :

이렇게 구체적인 얘기를 해줘야해요. 뭐든지. 


김 :

그러려면 많은 얘기를 해야하고 많이 알고도 있어야겠네요.

안 :
 
막~~ 뛰어다니는 애가 있으면 불러서 말해요.
 
"어디 불났니?"

“아니요~"

김 : 
 
맞아요. 꼭 물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불이 나서 뛰어갈 수도 있는데 ‘왜 뛰어!’ 이러면 억울하잖아요. 

안 : 

그럼요~ 갑자기 다그치는 것은 교사는 하면 안돼요. 항~상~물어봐야해요.

"왜? 무슨 일이니? 어떻게 됐니?"

“아니요~

"그럼 무서운 짐승이 쫒아와?"

“아니요..."

"위험할 때만 뛰는거야. 그리고 네가 진짜 뛰고 싶으면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

내가 담임할 때는 진짜 그런 아이들은 수업시간이라도 나가서 뛰고 오라고 해요. 못 견디는 애들이 있어요. 에너지가 너무 넘치면 가만 못 있고 막~

"못 견디면 가서 뛰고 와. 이건 벌이 아니야."

"진짜 그래도 되요?"

"놀러 가라는 게 아니야. 몇 바퀴 뛸래?"

그리고 수업하면서 그 아이를 꼭 확인해야해요. 아이가 좀 뛰고 오면 이젠 풀어져요. 에너지 발산이죠.

교사 입에서 나와선 안되는 거. ‘~~하지마.’, '~~해.’ 부정하는 것이나 강요하는 것. ‘하지마’보다 ‘이렇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하면 될까"

"이렇게 해보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