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문의 : oessol@naver.com

안영숙 소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했다. 제주교육대학교를 나온 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을 전공했고 1급 전문상담교사, 수석교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퇴임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교사 상담이 필요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안영숙(이하 안) :

미연(가명)이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는 자기 감정만 중요해. 그래서 팍팍 말하기 일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또 그것에 익숙해져서 얘가 확~ 말해도 그냥 있더라구요. 공부는 잘 하는 아이인데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아요. 그래서 한 번은 불러서 이야기를 했죠. 

"미연아, 선생님이 보기에 너는 총명한 아이같아. 그런데 너는 어떤 생각에서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아~ 쟤는 내 얘기를 들으려하지 않는구나. 나한테 배우고 싶지 않구나'라고 생각을 했어. 그리고 '아, 정말 건방진데?' 라는 생각을 했어."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지 않은건 아니지만…"

아이 얼굴을 보니까 '이게 무슨 말이지?’ 이러고 있더라구. 저의 많은 경험에서 알게된 건데 똑똑한 아이일 수록 빨리 꺾여요. 똑똑한 아이는 승부를 딱~ 겨뤄보고 아니다싶으면 바로. 근데 어리석은 것들은 하던 거 그냥 끝까지 해봐~~ 이러지. 😃
 
미연이는 일주일쯤 지나니까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메모하면서 수업을 집중해서 듣더라구요. 내가 메모하면서 들어라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메모하면서 들으면 질문할 것도 보이고 또 질문도 잘하게되고.

미연이가 일기를 썼더라구요. 맨 처음에 내가 무서운 선생님으로 보였다고. 왜냐하면 나는 처음에 교실 안에서의 큰 규칙들을 말해주고 엄격히 지키게 하는 편이거든요. 


김 :

그걸 말로 다 설명을 해줍니까?

안 :

말로 다 해줘요. 그리고 그 중에서 아이들이 지켜야할 것들 몇 가지를 빼서 생활규칙으로 하죠. 규칙은 큰 거 몇 가지만 해야지 많이 해놓으면 지킬 수가 없어요. 그니까 많으면 7개? 아니면 5개. 이정도만. 그 많은 것들을 그 때마다 내가 얘기를 해줘야하니까 익숙해질 때까지.

그런데 나의 이런 것들이 미연이는 싫었던거에요. 이제까지는 자기 멋대로 했는데...  늘 내가 대장이었는데… 그런데 저 선생님한테는 안 통하니까. 😃

“지금도 선생님이 무섭니?"

"지금은 안 그래요."
 
“왜?"
 
"내가 올바른 행동만 하면 선생님은 무섭지 않아요. 선생님, 이제까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선생님이 없었어요."
 
미연이 엄마가 교사에요. 선생님 딸이지, 아이는 또랑또랑하지, 그러니까 여태까지의 선생님들은 ‘미연아~ 미연아~’.
 
그러니까 아이가 안하무인이 된거야. 근데 강적을 만난거지. 얘는 그게 기분이 나빴던거에요. 처음부터 ‘미연아~' 해주지도 않고. 그래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던거죠. 자기 딴엔 기분 나쁜 것을 표현했는데 선생님은 그걸 보고 뭐라고 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얘가 궁금한거죠.

그래서 일주일만에 상담을 했고 아이가 변하기 시작한거죠.

"내가 잘못했구나... 이렇게 하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구나…"
 
난 항상 아이들에게 '옳은가, 옳지 못한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해요.

"옳은 행동이면 괜찮아. 옳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해. 단, 옳다는 것은 그 순간에만 옳은게 아니라 하고 났을 때도 괜찮은 결과가 나오는거야. 그건 진짜 옳은거야."


김  : 

그 정도면...

안 :

다 알아요. 내가 복도에서 뛰었다? 그럼 그 때의 나는 기분이 좋지.

“복도에서 뛰었을 때 생기는 문제는 뭘까?"

"다른 사람이 시끄러워해요."
"선생님에게 걸리면 혼나요."
 
"그럼 옳은 행동인가?"

"아니요…"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해요. 미연이는 똑똑한 아이라 딱 한 번, 30분에서 40분정도를 얘기를 하고 나니까 180도 바뀌더라구요. 이 후로는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나도 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