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서출판 담론에서 제작하는 ‘교원총서(가)’의 일부입니다. 교원총서(가)는 선생님들의 교육담론을 담고 있으며 최소 100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안진영 소개

제주교대 졸업 /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과 졸업 / 어린이도서연구회 
저서 :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문학동네) 

안진영(이하 안) :


무를 가지고 먹거리 교육을 하고 먹는 무를 활용해서 한자 ‘無’을 배웠잖아요. ‘無’와 함께 있을 유(有)도 배우고요. 그 다음엔 연결해서 채색으로 들어가요. 

채색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열 두개의 띠가 있어요. 먼저 무슨 띠는 성격이 이렇고 저렇고를 다 이야기해줘요. 그리고 열 두가지 띠 중에 무엇을 채색하고 싶은지 물어봐요. 그러면 제가 기대한 반응이 정확히 와요. 

"선생님 저거 색칠하고 싶어요."
 
제가 하자고 안해도 자기네들이 적극적으로 하자고 해요. 그 때가 닭띠해였거든요.

"그럼 무슨 띠할래?"
"우리가 닭이니까 닭할래요."

김외솔(이하 김) : 

:D 거의 의도한대로... 


안 :

네. 제가 원하는대로 나오는거죠. 그래서 닭을 복사해다주면 애들이 완전 열심히 해요. 

김 :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죠. 그 맥락이 있으니까. 그냥 오늘은 닭그림이다, 칠해라~ 하는거하고는 완전히 다르죠.


안 :

사실 유채색은 이런 거고 무채색은 저런 거라는 설명은  미술공부잖아요. 그걸 우선 한 후에 저는 유채색과 무채색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의미를 한 번 더 이야기해요. 

"세상 모든 것은 내가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무채색이야.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건 유채색으로 변해."

이번에 어린왕자 이야기를 해줬어요. 여우가 이런 말을 하죠. 
 
"그래 넌 나에게 아직은 다른 수많은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나 또한 너에겐 평범한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 필요하게 되는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 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거야."
 
그리고 이야기를 하죠. 
 
"너희들도 혹시 이런 순간이 있었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엄마를 찾아야할 때 내 눈엔 누구만 보일까? 엄마만 찾는 눈이 있겠지? 엄마가 딱 보이는 순간 엄마밖에 안 보이지? 그게 바로 내 인생에서 엄마가 유채색으로 변하는 순간이야."
 
이 수업을 한 후엔 아이들의 일기에 ‘내가 경험한 유채색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나오는거죠. 

김 : 

아이들이 시인이 되겠네요.


안 :

네. 이게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있고 수업 즈음에 제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하거든요. 이 때는 줄리아 카메론이라는 분의 글을 읽고 있었어요. 거기에 ‘삶의 수준은 기쁨을 느끼는 능력과 비례하고 기쁨을 느끼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걸 애들에게 얘기를 했죠.

순간순간 내가 관심을 가져서 그게 유채색으로 변하는 건 그만큼 내가 그것에 대해서 발견을 해서 기쁨을 느끼는거야. 그 기쁨을 느낌으로써 내 삶의 수준은 이미 한 단계 높아지는거야. 


김 :

그 정도의 표현을 3~4학년 애들도 다 이해합니까?

안 :

알아요. 1학년 애들도 알아요. 


김 :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겠금 만드는 도구가 동시인건가요?

안 :

그렇죠. 이것과 연결되는 시가 ‘풀꽃’이에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우리가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진다. 그러면 그 순간이 유채색으로 보인다. 행복해지는 비결의 첫 고리는 관심이다. 내가 저 친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 친구의 장점이 보이고, 그 친구의 장점이 보이면 내가 기쁘다.  :)